[안녕하세요? 이혜선입니다]
저, 지금 빵 굽고 있어요. 어릴 때부터 엄마가 집에 온 손님 맨입으로 그냥 가시게 하면 안 된다, 가르치셨기 때문에 이래요. 저희 가게에 찾아와 주신 손님들과 인사하는 시간이니까 뭐라도 좀 차려야 하지 않겠나, 하는 거죠. 하지만 뭐, 어차피 드실 수도 없을 거고, 어차피 저 식빵도 공갈이에요. 촬영을 위해서 굽는 척만 하고 있는 걸요. 다 보이죠? 그런 것 같죠? 네, 저는 이혜선입니다. 저는 원래 이혜선인데 사람들은 구월이라고 부르죠. 구월마님, 하고 불러 주시거든요. 구월이라는 이름이 몸에 착 붙어서 이혜선이라는 이름은 까 먹고 삽니다. 어쩌다 보니 시작한 SNS의 살림 일기장이 좀 알려지는 바람에 구월의 인생이 시작되었네요. 이 자리를 빌어 새삼 참 고맙습니다, 인사합니다. 따뜻한 관심과 응원, 넘치게 받고 있으니 말이지요.
 
지금 이렇게 구월마켓을 빌어 인사 드리고 있지만 원래는 저, 살림밖에 모르던 사람이었습니다. 결혼과 동시에 다니던 직장을 차 버리고 집에 들어앉았는데 생각보다 적막했어요. 존재감은 점점 약해지고, 마음은 가라앉고, 한동안 그랬었지요. 이렇게 살 수는 없어! 하면서 살림에 정을 붙이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가 제 살림의 전성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매일 내가 한 살림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리고, 그걸 봐 주시는 분들이 늘고, 그러다 [살림이 좋아]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으니까요. 여기까지 오게 된 그 시작, 그 첫걸음이 바로 살림인 셈입니다. 새삼스럽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구월이라는 사람을 이루고 있는 뼈대가 바로 살림이라는 거, 그래서 살림의 기쁨과 고단함과 보람 같은 걸 잘 알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입니다. 그러니 여기는 살림 시장이라고, 이렇게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요? 세상 모든 살림가들의 마음을 먼저 아는, 그런 곳이고 싶으니까요. 여기에서 물건을 팔고, 여기에 들어와 무언가를 사 가지고 나가시지만 저의 생각에는 우리들의 인연이 그것으로 끝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비슷한 취향, 비슷한 생각, 살림에 대한 무한대의 관심까지도 닮은 사람들이 사랑방처럼 모여앉는 자리가 되도록 만들고 싶거든요. 아직은 미비하고 부족하지만 벽돌을 쌓듯 노력을 부어 여기 구월마켓을 그런 자리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무엇보다 재미있고 따뜻한 자리가 되게 하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살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안부를 묻고, 뜻을 나누고, 하소연을 하거나 궁금증을 풀어 나가기도 하는 자리. 그렇게 소통하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부지런히 애쓰겠습니다. 저, 신나는 거 좋아해요. 신나게 살고 싶죠. 그런 제가 앞으로 얼마나 발칙한 일들을 많이 펼치게 될 건지 지켜보아 주셨으면 합니다. 호언장담은 아니고, 그저 다짐의 의미로 이런 고백을 합니다.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바이러스에 갇혀 세상이 너무 뒤숭숭하지만, 모든 것이 곧 제자리를 찾아 갈 거라 믿어요. 그날이 올 때까지 부디 건투를 빕니다. 너무 열심히 가족만 챙기지 마시고, 가끔은 나를 위한 시간도 좀 가지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세요. 그대가 행복해야 모두가 행복하다는 진리를 기억하면서 말입니다. 살림가 구월, 이혜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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